우리 곁의 초록마을, 흔들리기 시작하다

'친환경', '유기농' 하면 많은 분이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이름, 바로 초록마을입니다. 20년 넘게 우리 식탁의 건강을 지켜온 익숙한 브랜드였기에, 최근 들려온 소식은 많은 사람에게 큰 충격과 안타까움을 안겨주었습니다. 초록마을의 모회사인 정육각이 기업회생(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는 소식 때문입니다.

한때 유통업계의 혁신 사례로 주목받았던 스타트업 정육각의 초록마을 인수는 왜 2년 만에 위기를 맞게 되었을까요? 수많은 협력업체와 가맹점, 직원들의 피해로 이어진 이번 초록마을 사태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그 복잡한 내막을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차근차근 풀어보겠습니다.

 

 

 

 

 

1. 사건의 시작: 정육각의 야심 찬 초록마을 인수

1) 스타트업의 대형 유통사 인수: 2022년, 신선식품 유통 스타트업이던 정육각은 대상그룹으로부터 국내 1위 친환경 유기농 유통 기업인 초록마을을 약 876억 원에 인수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습니다. 온라인에 강점을 가진 정육각이 오프라인 강자 초록마을을 품에 안으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거대 유통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꿨습니다.

2) 위험천만했던 자금 구조: 하지만 이 야심 찬 계획의 이면에는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인수 자금의 약 90%를 외부에서 빌린 돈, 즉 차입금에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치 자기자본은 거의 없이 대부분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것과 비슷한 상황으로, 사업이 조금만 흔들려도 이자 부담과 원금 상환 압박에 무너질 수 있는 불안한 구조였습니다. 업계에서는 시작부터 정육각 인수 방식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2. 위기의 서막: 자금난과 신뢰의 붕괴

1) 기대와 달랐던 현실: 정육각은 초록마을 인수 후 시너지를 통해 빠르게 수익성을 개선하고 성장할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습니다. 매출은 늘었지만 그보다 더 큰 폭으로 영업 손실이 불어났고, 빌린 돈에 대한 이자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습니다. 결국 회사의 현금 흐름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2) 무너지기 시작한 약속: 2024년 말부터 위기의 신호는 명확해졌습니다. 가장 먼저 타격을 입은 것은 초록마을에 물품을 납품하던 협력업체들이었습니다. 물품 대금 지급이 차일피일 미뤄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2025년 4월, 초록마을은 대대적인 할인 행사를 열어 현금을 확보할 테니 믿고 물건을 더 넣어달라고 협력업체들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미지급금은 오히려 쌓여만 갔습니다.

3) 연락 두절과 권고사직: 상황이 악화되자 본사와의 소통마저 어려워졌습니다. 일부 협력업체는 본사 담당자가 연락을 피하거나 착신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겪어야 했습니다. 결국 2025년 7월 4일, 정육각 본사는 기업회생을 신청함과 동시에 본사 직원 전원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하며 사실상 사업 중단 수순에 들어갔습니다.

 

 

 

3. 눈덩이처럼 불어난 피해, 그 규모는?

1) 협력업체의 눈물: 전국 250여 곳에 달하는 협력업체들은 초록마을에 물품을 납품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습니다. 현재까지 정산되지 않은 대금만 100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 업체는 2억 원에 가까운 돈을 떼일 위기에 처하는 등 중소 납품업체들의 피해가 막심합니다.

2) 가맹점의 한숨: 피해는 전국 230여 개의 초록마을 가맹점으로 확산되었습니다. 본사로부터의 물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서 매대에는 품절된 상품이 늘어났고, 정상적인 영업 자체가 어려워졌습니다. 평생 모은 돈으로 가게를 연 가맹점주들은 불안감과 막막함 속에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3) 직원과 기사들의 막막함: 정육각 본사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고, 물류센터 직원들과 배송을 담당하던 택배기사들 역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등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었습니다.

 

 

 

4. 현재 상황: 초록마을은 정말 정상 영업 중일까?

1) 법원의 사업 계속 허가: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기업회생 신청과 동시에 법원으로부터 '사업계속 포괄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는 회생절차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영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허락해준 것입니다. 이에 초록마을 측은 직영점과 가맹점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2) 현장에서 느끼는 불안감: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공급망이 불안정해지면서 일부 품목은 계속해서 품절 상태이며, 이는 고객 이탈과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은 본사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태이며, 언제 또다시 물품 공급이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영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겉으로는 정상 영업처럼 보일지 몰라도, 속으로는 곪아가고 있는 상황인 셈입니다.

 

 

 

5. 이번 사태가 시장에 남긴 교훈

1) 스타트업의 M&A 리스크: 이번 초록마을 사태는 탄탄한 자본력 없이 무리하게 외부 차입에 의존한 인수합병(M&A)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명확하게 보여준 사례입니다. 외형 성장에만 치중한 나머지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뼈아픈 교훈을 남겼습니다.

2) 공급망 생태계의 중요성: 한 기업의 위기가 수많은 협력업체와 가맹점의 연쇄적인 피해로 이어지는 것을 보며, 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신뢰 및 상생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건강한 공급망 생태계 없이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6. 앞으로의 전망과 남겨진 과제

1) 회생계획안 제출: 정육각과 초록마을은 오는 9월 29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합니다. 이 계획안에 따라 회사의 미래가 결정될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초록마을의 재매각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습니다.

2) 피해 구제는 불투명: 가장 큰 문제는 협력업체들의 피해 구제입니다. 대부분의 미지급 대금이 담보 없는 상거래채권이라, 회생절차 결과에 따라 대금의 일부만 받거나 최악의 경우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3) 제도적 보완의 필요성: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과도한 차입에 의존한 M&A를 제어하고, 위기 시 중소 협력업체와 가맹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정육각초록마을 인수는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여겨졌지만, 준비되지 않은 도전은 결국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씁쓸한 사례가 되었습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한 기업의 실패로 끝나지 않고, 우리 사회와 유통 산업 전체가 더 건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피해를 입은 수많은 협력업체와 가맹점주들이 하루빨리 어려움을 딛고 일어설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이 글이 초록마을·정육각 사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에 공유하여 더 많은 사람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건강한 유통 생태계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초록마을 사태 총정리 - 무리한 인수부터 기업회생까지 한눈에 보기
초록마을 사태 총정리 - 무리한 인수부터 기업회생까지 한눈에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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